16장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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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 선사가 동산수초 선사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사도에서 왔습니다.”
“여름에는 어디에 있었는가?”
“호남 보자사에 있었습니다.”
“언제 그곳을 떠나왔는가?”
“8월 25일입니다.”
“그대에게 몽둥이를 세 차례 놓겠네”
다음날 수초 선사가 묻기를, “어제 스님께 제가 세 차례나 몽둥이를 맞았는데 무슨 허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자, 운문선사가 대답하였다. “이 밥자루여, 강서와 호남에도 또한 그렇게 갔었구나.” 수초 선사가 그 말에 크게 깨달았다. 그렇게 가고 또 가도, 아무리 떠나서 수행을 해도, 온갖 고행과 수행을 반복해도, 그렇게 고생을 해도, 너는 왜 달라지지 않는지. 운문선사의 꾸짖음이 못내 아프다.
아프면서도 은근히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마치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밥자루여’라고 수초선사를 한심스럽게 부르는 모습 또한 웃음을 자아낸다. 깨달음을 위한 온갖 투자는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깨달음의 내용은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무지. 그 무지를 깨치지 않는 한 우리는 그저 헛밥을 축내는‘밥자루’일 수밖에 없으니. 깨달음의‘몸짓’을 아무리 많이 추구해도 깨달음의 뿌리에 이르지 못하면 깨달음의 수행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아무리 위대한 스승을 만나도 효과가 없다. 그러하니 자꾸 어디론가 멋진 장소로 떠나서 무엇을 얻으려고 몸부림칠 필요는 없다. 수처작주. 당신이 머무는 곳, 스치는 곳, 기다리는 곳. 그 어디나 당신이 주인이 될 수만 있다면. (정여울)